티스토리 뷰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 발표 2019년 혼인 건수는 239,200건으로 전년대비 7.2% 감소였다. 주변만 봐도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도 비싸고, 결혼해서 골치아프게 살아갈 걸 생각하면 혼자서 마음 가는 대로 지내는 것도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기정된 사실인 것 같다.

혼자 살기 적합한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일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그렇고. 

종종 요새 지은 오피스텔에 사는 친구들에게 놀러가거나 모델하우스 등에 방문하여 어떻게 지어놨놔 봤는데 과연 혼자 살기에 정말 좋아보였다. TV, 냉장고, 세탁기, 싱크대 등 어지간한 가구들은 모두 빌트인으로 준비되어 있고, 어떤 곳은 스타일러까지 내장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다만, 오랜 기간 자취를 하고 수많은 이사를 다녀본 입장으로써 한가지가 불편해 보였는데 그건 바로 '수납공간'이었다. 혼자 살더라도 계속해서 살다보면 짐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소형아파트나 오피스텔에는 그들을 보관하기에는 너무 좁아 보였다. 따라서 아직 본가가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는 적합한 집일 수 있겠으나 유일한 자기 집으로 삼아야하는 사회인들에게는 썩 적합해보이는 형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나가다 우연히 어떤 오피스텔에는 '하부형 다락' 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덕 헤리움의 20A, 28C 형이었는데, 흥미로운 구석이 있어 이번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하부형 다락은 무엇인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생활하는 층 밑으로 계단을 만들고 다락방(일종의 창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락방에도 창문이 있고 고층이기 때문에 지하실 개념은 아니다. 다락방이기 때문에 층고는 낮지만 어쨌든 계약면적의 70% 정도를 덤으로 얹어주는 것이고, 수납공간이 늘어나고 공간분리가 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정말 '엄청나게 좋을 것 같다.'


(예시) 고덕 헤리움 20A 하부형 다락 구조

고덕 헤리움을 20A 타입을 예로 들어보자.

공급 22미터제곱, 계약 60미터제곱의 아주 전형적인 소형 오피스텔 구조로 수납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 장롱형 수납장이 창문 근처에 세로로 3열
  • 책상과 상부 수납장이 장롱 바로 옆에 1개
  • 빌트인 냉장고 자리 → 이건 수납 공간으로 볼 수 없다
  • 세탁기 위의 공간 → 주로 통조림이나 썪지 않는 보존 식품 정도를 넣어놀 수 있겠다.
  • 싱크대 위 상부장 
  • 화장실 문 옆 개방형 수납공간 → 이런 공간에는 물건을 많이 놓을 수 없다.

고덕 헤리움 20A 일반적인 구조

결국 고덕 헤리움 20A에서 제대로 된 수납 공간은 "장롱형 수납장 3열" 밖에 없다.

3열 정도의 수납장은 사실 옷이 많은 사람은 한 계절 옷만 넣어도 꽉 차는 분량 밖에 되지 않는다. 각종 잡화나 이불, 소지품들을 넣을 생각을 하면 혼자 산다고 해도 충분한 수납공간은 아니다. 본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계속 살기에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하부형 다락 구조를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하부형 다락이 있는 복층형 구조는 아래와 같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기 위해 수납 공간이 변경된 걸 알 수 있다.

  • 장롱형 수납장이 3열에서 1열로 줄어들었다.
  • 책상과 책상 상부 수납장이 사라졌다.

고덕 헤리움 20A 하부형 다락방이 있는 구조

윗층에서 ①책상이 없어지고, ②책상 위 수납장도 없어지고, ③3열 수납장이 1열 수납장으로 줄어들었다.

세상에 살기에 전혀 편해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하부형 다락이 생기면서 수납 공간이 많이 늘어났다지만 결국 주 생활을 하는 것은 윗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윗층에서 제대로된 수납공간이라고는 장롱형으로 된 3열 수납장 밖에 없었는데 이를 1열로 줄였으니 윗층의 수납공간이 극도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자주 쓰는 물건도 하부형 다락에 보관하고, 이를 꺼내기 위해 계단을 수시로 들락날락해야 한다. 게다가 건축법상 다락의 천장 높이는 1.5m 로 제한되기 때문에 아래층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다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래층을 수시로 다녀야 한다면 정말 불편할 것이다.

그리고 책상은 있을 땐 그 효용을 잘 모르겠다가도 없어지면 정말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물건이다. 집에서 뭐라도 하려면 책상이 있어야 한다. 치킨을 먹든, 화장을 하든, 잡동사니를 대충 던져 놓든간에.

물론 하부형 다락이 생김으로서 생기는 이점은 있다. 일단 바닥면적이 기존 생활공간과 비견될 만큼 더 생겼다. 거기에 아랫층에 생기긴 했으나 수납공간도 장롱형으로 8열(다만, 다락이라 높이가 낮다)이나 생겼으니 이것도 좋은 점이다. 잘 하면 두 사람이 살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인 장단점을 평가해보면 아래와 같은 느낌이다.

  • 장점 : 바닥공간이 늘어남(짐 늘어놓을 수 있음, 친구 오면 재울 수 있음), 전체 수납공간이 늘어남
  • 단점 : 위층 수납공간이 줄어듬(책상 사라짐, 책상 위 수납장 사라짐, 캐비닛형 수납도 3열에서 1열로 줄어듦)

(예시2) 고덕 헤리움 28C Type

진짜 하부형 다락의 효용은 28제곱미터부터 나타난다. 이쪽이 진짜 하부형 다락이다.

28C 타입은 전용 28미터제곱, 계약면적 85미터제곱인 평형이다. 구조는 아래와 같은데, 보고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덕 헤리움 28C 일반 / 다락 구조 비교

 

20미터제곱에서 28미터제곱으로 단 8미터제곱이 커졌을 뿐인데 구조가 완전히 다르게 빠졌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차이는, "윗층 수납 공간을 희생하지 않고 계단을 만들었다" 는 것이다.

역시, 기본적인 평형이 밭쳐줘야 다락도 다락답게 쓸 수 있달까? 20A 구조에서는 계단을 만드느라 수납공간을 들어내야 했는데, 28C 타입에서는 계단을 놓는다 해서 사라지는 수납 공간이 없다. 그저 침실의 한쪽 모퉁이를 희생했을 뿐이다.

이 정도 크기의 오피스텔은 혼자 사는 곳이기 때문에 어차피 침실이야 잠만 잘때만 쓰는 공간이다. 옷은 드레스룸에 보관하고, 생활은 거실에서 하고, 작업은 책상에서 하면 된다. 책장이니 TV니 소파니 공간을 차지하는 가구들은 모두 거실에 둘 수 있다. 침실에는 침대 하나만 딱 놓아 나만의 쉼터로 쓰면 되는 것이다.

윗층에 기본적인 수납 공간이 충분히 존재하기에 다락은 잘 안 쓰는 물건을 보관해 놓는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다락을 자주 오르락내리락 할 일이 없고, 수납공간이 모자라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20미터제곱이 28미터제곱으로 늘어난 덕분에 하부 다락의 크기도 훨씬 커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20미터제곱의 수납공간은 장롱형 수납장 8열이었는데 28미터제곱은 12열이다. 즉, 1.5배만큼 공간이 좌우로 길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건축법상 다락방의 천장 높이는 1.5m 로 제한되기에 하부형 다락에서 제대로 된 생활이나 활동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거듭 말했듯 주된 생활은 윗층에서 하면서 하부형 다락을 잘 안쓰는 물건의 수납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삶이 정말 편리해질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놀러오거나 할 때 하루 재워 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하부 다락이 상부 다락과 다른 점

흔히 오피스텔에 다락하면 상부형 다락방을 많이 떠올린다. 복층형 오피스텔이라고도 많이 부르는 형태이다.

상부 다락(복층형 오피스텔) 예시

 

상부 다락(복층형 오피스텔)의 문제점

1층에 생활공간을 만들고, 2층에 수면 공간을 만드는 형태인데 예뻐 보이나 막상 살아본 사람들은 다 불편하다고 말하는 구조이다. 

솔직히 복층형 오피스텔이 불편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침실은 2층, 거실과 부엌 화장실은 1층으로 생활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수시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일상 생활을 생각해 보라.

(1층) 옷장 앞에서 옷을 갈아 입고, 화장실에서 씻고,
(2층) 침대로 가 잠시 뒹굴거리다가,
(1층) 거실로 나와 볼 일을 보고,
(2층) 침대로 가 잠시 뒹굴거리다가,
(1층) 현관에 나가 택배를 받고, 부엌에 가 요리를 해먹다가,
(2층) 다시 침대로 가 잠을 청하려는데
(1층) 화장실에 가고 싶어 내려왔다가
(2층) 다시 올라가 잠을 잔다.

극단적인 예시이겠지만 살다보면 이렇게 오르락내리락 많이 하는 날이 하루가 없을까. 복층형 오피스텔에 살면 정말 하루 종일 위아래층을 왔다갔다 해야한다. 잘때만 침실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평범한 사람은 너무나 귀찮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위층과 아래층이 모두 생활공간이기 때문에 냉·난방을 항상 공유해야 한다. 아래층이 추우면 위층도 춥고, 위층이 더우면 아래층도 더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냉방비가 많이 들고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들어 관리비 면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구조이다.

그리고 수납공간 측면에서도 별 이득이 없다. 물론 침대가 있는 위층에 수납장을 짜넣으면 수납 공간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침실은 심플하게 침대만 딱 있는 게 좋지 않은가? 침실에 수납 공간을 많이 두는 것이 싫기 때문에 나는 복층형 오피스텔 구조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하부 다락(하층형 다락방)의 장점

생활공간은 윗층으로, 보조수납공간은 아래층으로 완벽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 하부형 다락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점은 복층형 오피스텔과 비교해보면 단번에 드러난다.

20미터제곱에서는 윗층 수납공간이 너무나 줄어들기 때문에 하부형 다락을 보조수납공간이 아닌 주수납공간으로 사용해야할 위험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28미터제곱부터는 정말 아래층은 완벽하게 보조수납공간으로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 생활은 위층에서 자유롭게 누리고 부족한 수납공간만 아래층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공간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냉난방도 따로 해도 된다. 아래층은 겨울에는 냉골, 여름에는 찜통으로 놔둬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관리비 측면에서도 복층형 오피스텔보다 분명한 이점이 있는 것이다.

 


마치며

언젠가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좀더 자유로운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때가 되면 아파트보다는 작은 오피스텔을 매매하거나 월세로 빌림으로써 주거를 이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미 벌여놓은 살림이 많아 이 짐들을 다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제일 컸는데 하부형 다락이 있는 오피스텔이 늘어나게 되면 즐겁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하부형 다락이 도입된 오피스텔이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점점 더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조가 되어 하부형 다락 오피스텔 분양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